패션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연결의 힘
동아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전은하 교수
좋은 패션은 결국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전은하 교수는 오랫동안 패션을 연구해 왔지만, 시선은 늘 옷보다 사람을 향해 있었다.
지속가능한 패션도, 디지털 기술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믿는다.
이번 숏터뷰에서는 유행보다 오래가는 가치와, 기술과 사람, 지역과 미래를 잇는 '연결'의 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패션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고민하는 그의 시선을 함께 따라가 보자.
패션을 공부하고 현장에서 디자이너로 깨달은 것은, 옷은 결국 사람이 완성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같은 옷이라도 누가, 어떤 마음으로 입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트렌드라는 현상의 그 이면에서 변화하는 사람들의 삶을 먼저 관찰합니다.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될 때, 비로소 패션도 기술도 우리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무엇을 만들까'라는 결과물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왜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가치와 본질을 고민하는 시대로 변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예쁜 옷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어떤 철학을 가졌고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고 선택합니다.
패션은 이제 디자인 경쟁을 넘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가치를 실현하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트렌드를 외우지 말고, 사람의 마음을 읽으세요"라고 말합니다.
유행은 계절마다 바뀌지만 사람의 가치관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책상 앞의 보고서보다는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실질적인 문제를 발견하길 원합니다.
지역 사회의 문제를 고민하고 새로운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아카이빙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살아있는 아이디어야말로 패션의 진짜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지속가능성은 '착한 마음'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 소비가 선순환하는 구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입니다.
제가 연구 중인 브랜드 재판매(Resale) 플랫폼이나 순환경제 모델처럼, 제품이 수명을 다한 뒤에도 새로운 가치로 이어지는 구조가 설계되어야 합니다.
지속가능성이 소비자에게 불편을 요구하는 특별한 선택이 아닌, 세련된 디자인과 합리적 시스템 속에 녹아 있는 '당연한 선택'이 될 때 비로소 산업의 표준이 될 수 있습니다.
좋은 브랜드는 유행을 선도하며 관심을 얻지만, 오래가는 브랜드는 시대와 호흡하며 신뢰를 얻습니다.
그 신뢰는 단순히 품질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소비되고 다시 가치 있게 순환되는 전 과정에 브랜드가 얼마나 책임을 다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소비도 충분히 즐겁고 비즈니스적으로도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명으로 증명해내는 브랜드들이 결국 끝까지 살아남을 것입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차가운 데이터 속에서 사람의 진심을 읽어내는 연결의 힘이 더 중요해집니다.
AI는 패턴을 분석할 순 있지만, 사람이 왜 그 옷에 애착을 느끼는지 그 감정의 맥락까지 읽어내지는 못합니다.
저는 ICT 기술이나 소셜 플랫폼 역시 결국 사람과 사람, 브랜드와 지역을 더 긴밀하게 잇기 위한 따뜻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보다 중요한 것은 그 데이터가 향하는 '사람'입니다.
패션은 개인이 가진 고유한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언어가 될 것입니다.
동시에 지역의 낡은 이야기를 발굴해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탈바꿈시키고, 소외된 가치들을 현대적인 감성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것입니다.
결국 패션은 단순히 옷을 입는 행위를 넘어, 사람과 사회를 더 건강하게 연결하는 문화적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저의 클래식은 '세상의 단절된 것들을 지속가능하게 잇는 연결'입니다.
현장에서 디자인을 하며 느꼈던 현실적인 고민과, 연구실에서 찾은 학문적 해답을 하나로 잇는 것이 저의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기술과 사람, 지역과 미래, 그리고 생산과 소비.
서로 멀어 보였던 이 가치들이 패션이라는 따뜻한 고리로 연결될 때 비로소 더 큰 가치가 만들어집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 단단한 연결을 설계하는 패션인으로 남고 싶습니다.